2010년 02월 05일
차갑지만 따뜨한 영화 렛미인!
역시 기자님의 리뷰보다 좋은 리뷰는 없는것 같네요!
한국에 돌아오자 마자 제일 먼저 봤던 영화! ^^
[이동진닷컴] (글=이동진) 쏟아지는 눈에 대해서, 펑펑 내린다고 묘사할 수도 있고 펄펄 내린다고 표현할 수도 있다. 이를테면 ‘렛 미 인’은 펑펑 내리는 눈 속에선 온전히 펼쳐지지 않을 것 같은 영화다. 죽음보다 깊은 정적. 시간보다 오랜 고독. 어둡고 긴 밤 위로 펄펄 내리는 눈이 어느새 온통 세상을 뒤덮을 때, ‘렛 미 인’은 하이얀 눈의 나라에서 벌어지는 이상한 동화를 띄엄띄엄 서서히 들려주기 시작한다.
호러에 동화가 접목된 스웨덴 영화 '렛 미 인' |
오스칼(카레 헤레브란트)은 부모가 이혼한데다 학교에서 친구들로부터 지속적인 괴롭힘까지 당해 힘든 나날을 보낸다. 어느 눈 내리는 밤, 오스칼은 신비로운 소녀 이엘리(리나 레안데르손)와 집 앞에서 마주친다. 오스칼은 곧 이엘리를 향해 사랑을 느껴가지만, 그녀의 정체를 알고 소스라치게 놀란다. 이엘리는 인간의 피를 먹고 사는 뱀파이어였던 것이다.
스웨덴 영화 ‘렛 미 인’은 동화가 호러에 얼마나 창의적으로 접목될 수 있는지를 ‘판의 미로’에 이어서 전혀 다른 방식으로 다시금 증명한다. 이 아름다운 공포영화는 종종 관객의 눈을 동그랗게 만들지언정 이맛살을 찌푸리게 하지는 않는다. 이 쓸쓸한 사랑영화에서 인물들은 열정적으로 끌어안는 대신 천천히 어깨를 쓸어내리거나 골똘히 바라본다. 이 아픈 성장영화는 상황을 설명하고 묘사하는 대신 그저 통째로 이야기를 앓는다.
감독 토마스 알프레드슨은 호러 장르의 관습에 전혀 기대지 않았다. 작은마을을 감도는 침묵으로 자극적인 사운드 편집을 대체했고, 눈으로 가득한 북구 특유의 광활한 벌판으로 특수효과의 블루 스크린을 대신했다. 그렇게 인물과 풍경은 일체가 되어 심상을 전하며 잊지 못할 가작(佳作) 한 편을 이루었다. 이 영화의 카메라는 종종 창백한 소년의 얼굴과 망설이는 소녀의 표정을 물끄러미 비추는 것만으로도 선명한 감정적 파장을 불러 일으킨다.
서로에 대한 마음을 확인할 무렵, 평범할 수 없는 소녀가 묻는다. “내가 좋으니?” 그러자 평범한 소년이 대답한다. “응. 아주 많이.” 평범해지고 싶은 소녀가 다시 묻는다. “내가 그냥 여자아이가 아니어도?”
“12살 8개월 9일”이라고 자신의 나이를 못박는 소년과 “한 12살쯤”이라고 살아온 세월을 얼버무리는 소녀의 사랑은 그렇게 시간과 존재의 벽을 넘어선다. 혹은 어린 인간과 여린 뱀파이어의 사랑은 상대의 입술에 핏자국을 남기거나 유리창에 희미한 손자국을 남기며 희미해져 간다.
이어 참혹한 클라이맥스가 거세게 밀어닥친 뒤 일거에 쓸려가면 카메라는 다시 또 무심하게 벌판에 내리는 눈을 잡는다. 펄펄 쏟아지는 눈 속에서 펼쳐지는, 가히 피와 눈물의 연금술이다.
# by | 2010/02/05 11:14 | Movie, TV Story | 트랙백 | 덧글(2)








